사라가 살았던 비어 있던 장막의 휘장이 다시 들춰지는 황혼녘. 사십 세 이삭이 리브가의 손을 가만히 잡고 어머니의 빈 장막 안으로 함께 들어가는 장면 — 슬픔이 사랑으로 덮이는 거룩한 순간.
이삭이 리브가를 인도하여 그의 어머니 사라의 장막으로 들이고 그를 맞이하여 아내로 삼고 사랑하였으니 이삭이 그의 어머니를 장례한 후에 위로를 얻었더라 — 창세기 24:67
사라가 막벨라 굴에 묻힌 지 삼 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 삼 년 동안 이삭의 마음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성경은 한 마디 설명도 남기지 않습니다. 그러나 단 한 줄의 짧은 문장 — "이삭이 그의 어머니를 장례한 후에 위로를 얻었더라" — 그 안에 한 청년의 길고 깊은 슬픔이 담겨 있습니다. 이삭은 사라가 백 세에 얻은 외아들이었습니다. 늙은 어머니는 평생 이 한 아들의 모든 발걸음을 자신의 시선으로 따라다녔고, 이삭은 그런 어머니의 사랑 안에서 자라난 사람이었습니다. 그 어머니가 떠난 자리는, 어떤 말로도 메울 수 없는 빈 장막이었습니다. 사람은 사랑을 잃을 때 깊은 슬픔에 빠지지만, 그 슬픔을 어떻게 건너가느냐에서 한 사람의 인격이 드러납니다. 이삭은 분주함으로 도망가지도, 새로운 일을 일으켜 잊으려 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는 묵묵히 그 슬픔의 시간을 견디며, 하나님이 보내주실 위로를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한 여인이 낙타를 타고 들녘을 건너왔습니다. 이삭이 묵상하던 그 들판에서, 멀리 다가오는 행렬을 본 리브가는 곧 낙타에서 내려 너울로 얼굴을 가렸습니다. 종이 모든 일을 고하자, 이삭은 리브가를 데리고 한 곳으로 향합니다 — 다른 어떤 새 장막이 아니라, 어머니 사라가 살았던 그 빈 장막이었습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신부 영입이 아닙니다. 이삭은 자신의 가장 깊은 상실의 자리에 새 사랑을 들였습니다. 사라의 부재가 가장 짙게 남아 있는 그 공간 안으로, 그는 리브가의 손을 잡고 들어갔습니다. 그것은 곧 "이 빈자리를 당신과 함께 채우겠다"는 한 마디 없는 고백이었습니다. 사랑이라는 것은 새 사람을 들이는 일만이 아니라, 떠난 사람의 자리를 함께 기억해 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어머니의 장막은 다시 따뜻한 등불을 켰고, 이삭은 비로소 위로를 얻었습니다.
들녘에 묵상하던 이삭이 멀리 낙타를 타고 다가오는 리브가의 행렬을 바라보는 황혼의 장면. 너울을 든 리브가의 손과, 처음으로 마주친 두 사람의 시선 사이에 부는 봄바람.
우리도 살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습니다. 부모를, 배우자를, 친구를, 자녀를 — 어떤 상실은 평생 그 자리에 빈 장막처럼 남습니다. 그 슬픔을 빨리 잊으려 새 일에 매달리거나, 새 관계로 덮으려는 마음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삭은 우리에게 다른 길을 보여 줍니다. 그는 슬픔을 충분히 슬퍼했고, 하나님이 보내주시는 위로를 기다렸으며, 새 사랑을 들일 때에도 옛 사랑의 자리를 함부로 지우지 않았습니다. 당신의 마음 안에도 닫아 둔 장막이 있다면, 오늘 한 번 그 장막을 다시 열어 보십시오. 거기에 머물러 있는 그리움이 있다면 충분히 그리워해도 괜찮습니다. 슬픔을 건너간 사람만이 진짜 위로의 자리를 알고, 그 위로의 자리를 아는 사람이 다음 사랑을 깊이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이 말씀은 부부 사랑에 대한 한 가지 깊은 통찰을 줍니다. 이삭과 리브가의 결혼은 "사랑하였다"는 한 마디로 시작됩니다. 흥미롭게도 창세기 전체에서 남편이 아내를 사랑했다고 처음 명시된 사람이 바로 이삭입니다. 이삭은 평생 한 여자만 사랑한 사람이었습니다. 다른 족장들과 달리 첩을 두지 않았고, 리브가 한 사람으로 만족했습니다. 그것은 그가 사랑을 깊이 알았기 때문이며, 사랑이 무엇인지를 어머니의 빈 장막 앞에서 배웠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화려한 약속이 아니라, 한 사람의 빈자리를 끝까지 채워 주는 한결같음입니다. 오늘 당신 곁에 있는 한 사람을 — 당신의 배우자, 당신의 가족을 — 한 번 더 깊이 바라보십시오. 그 사람의 손을 잡고 당신의 가장 깊은 자리로 함께 들어가는 사랑이, 진짜 사랑입니다.
슬픔을 건너간 사람만이 진짜 위로를 압니다.
당신 안에 닫아 둔 장막이 있다면, 오늘 그 휘장을 한 번 들춰 보십시오.
하나님은 그 빈 장막 안으로 새 사랑을 인도해 들이십니다.